역학, 설계 그리고 기구 엔지니어
기구 엔지니어와 고과 본문
기구 엔지니어로 지금까지 고과를 받으면서 평가를 받은 소회입니다.
딱히 기구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시는 모든 분들은 평가를 받습니다. 그 평가를 받고 나면 결과로 고과를 받게 됩니다. 그 고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직장인의 삶입니다. 기구 엔지니어도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구 엔지니어 업무 특성 때문에 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 포함해서 고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기구 엔지니어의 업무는 지난 포스팅에서도 언급하였습니다. 제품 개발을 한다면 설계를 하고 문제점을 찾고 개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에 나갈 때까지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단계가 혼자서 하는 것이라면 각각의 사람의 각각의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한다면 그 결과는 좀 더 잘 드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과제들은 여러 사람이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결과가 나온다고 하면 그것이 누가 잘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영업의 업무라고 한다면 계약 건수 금액이 명확히 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그런 자료를 근거로 나름 객관적인 순위를 매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객관적인 수치가 나오는 곳이라도 주관이 개입되기 마련입니다. 여하튼 기구 엔지니어라는 것은 혹은 다른 엔지니어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협업을 하는 곳이라면 그 성과의 주체를 명확히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개인 맡은 부품에서 실수가 있다면 명확하겠죠. 담당하는 부품에서 불량이 나온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마이너스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 한 두 개로 그 사람의 고과를 깎거나 하지 않습니다. 회사 생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일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 실수를 한다. 일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그러니 한 두 번 실수하는 것으로 주눅 들 필요는 없습니다. 위에 선배들이 알아서 막아줄 것입니다. 과제가 잘 되고 문제없이 출시되었다면 누가 잘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주관이 개입하기 아주 좋은 업무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고과권자에게 얼마나 잘 보였느냐 혹은 평소에 큰 반감 없이 지냈느냐가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물론 고과권자는 나름 공평하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과가 남거나 혹은 하위 고과를 한 사람 주어야 한다고 할 때는 개인적인 친분이나 편애가 작용하기 마련입니다. 회사도 사람이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본인에게 호감 가는 사람, 호감가게 행동하는 사람을 좀 더 챙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정치적인 것을 말씀드리려던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부분은 여러 사람이 있기 때문에 본인의 환경에 맞게 행동하시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고과권자에게 편애받는 소수의 사람과 눈 밖에 난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과권자의 총애를 받지 않고 눈 밖에 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고과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이지만 취해야 할 행동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이대로 하시면 됩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이지만 취할 행동은 하나이기 때문에 간단합니다. 우선 그 두 가지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진급 대상자일 경우입니다.
회사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부분 한국 회사는 연공서열을 중시합니다. 따라서 연차에 따라 진급하는 것을 당연시 여깁니다. 아주 눈 밖에 난 사람이 아닌 이상 때가 되면 진급을 시켜주려 합니다. 대부분 한국 회사는 고과에 의한 진급이 결정됩니다. 물론 시험을 보는 곳도 있지만 진급 포인트가 되어야 시험이 의미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숨만 쉬고 특별히 일에 모가 나지만 않는다면 진급 때가 되어 고과를 받을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돌려막기에 의해 내 차례가 되어 고과를 받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단점은 하위 고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진급하고 나서 첫 해 고과는 하위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고과권자는 당신을 진급시키기 위해 딴 사람이 하위를 받았다. 그러므로 이번 하위 고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라고 말할 것입니다. 돌려막기로 인한 진급 대상자일 때 고과를 잘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고과가 남을 경우입니다.
사실 상위 고과가 애매하게 남을 경우가 있습니다. 한 개가 아니라 0.5를 추가로 부서에 할당받았습니다. 부서 간 알력 다툼의 승리로 한 명을 더 상위 고과를 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잘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이 이렇게 여분 상위고과가 생긴다면 총애받는 사람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미 총애받은 사람이 상위 고과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밖의 사람에게 눈을 돌릴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자신의 한 업적입니다. 실제로 한 업적보다 제출한 업적을 얼마나 그럴싸하게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싸하다는 의미는 허위로 부풀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직접 한 업무를 바탕으로 최대한 잘 포장하라는 의미입니다. 이럴 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객관적 지표입니다.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기구 엔지니어의 업무는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즉 객관적이 수치로 표현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소수이지만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업무들도 있습니다. 기구 엔지니어를 포함 많은 회사들이 재료비 절감에 목숨을 겁니다. 기구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하기 싫을 일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에 벌써 출시된 제품 원가절감을 하게 되면 그 뒤에 따라오는 엄청난 업무량 때문에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해당 아이템을 선정하고 진행했으면 그에 따른 예상 실적이 나오게 됩니다. 연간 재료비 얼마를 절감할 수 있는지 숫자로 나올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업무는 객관적인 숫자로 표현하기 좋은 지표입니다. 또는 부서에 할당되는 목표 수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개발일 경우 특허를 예를 들 수 있습니다. 기술 확보와 경쟁상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특허는 아주 유용합니다. 이 특허는 대부분 부서당 할당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초에 몇 건의 특허를 제출하라고 나눕니다. 특허도 아주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아이디어 발굴을 하고 특허성이 있는지 검토를 하고 서류 작업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나중에는 변리사를 만나야 합니다. 이런 작업의 연속입니다. 아주 번거롭습니다. 그에 비해 성과는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기여한다는 뿌듯함 정도는 있을 것입니다. 부서장은 본인의 목표로 특허 몇 건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특허를 충족시켜주는 직원을 이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인 성과에 부서 할당 목표 몇 건 중 몇 건 달성했다고 적으면 상위 고과를 받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상위 고과 받는 경우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취해야 하는 행동은 한 가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두 번째 경우 설명하면서 취했던 행동을 계속하시면 됩니다. 정성적인 작업의 연속이지만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업무들을 잘 정리하세요. 그리고 그런 것을 꼭 어필하셔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상위 고과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입니다. 돌려막기의 폐해로 이렇게 했는데도 하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표현하세요. 화를 내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데도 왜 하위냐고 합리적으로 말씀하세요. 굉장히 미안해할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음에는 더 신경 쓰겠다는 믿지 못할 약속을 할 겁니다. 믿지 못하지만 그 약속을 듣고 믿어야 하는 것이 회사 생활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 달 한 해를 보내는 것이 회사 생활입니다.
말씀드린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과권자와 그 위에 임원까지 연결이 탄탄하다면 말씀드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분들은 다르게 행동하셔도 됩니다. 그분들이 가능한 행동 양식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런 부류가 아니라 설명드릴 수 없겠네요. 회사에서 인정받는 분이든 눈 밖에 난 분이든 그 두 부류가 아닌 대다수분들 모두들 건승하세요.